5 centimeter Per Second 초속 5센티미터 해석 및 감상문
오늘도 어김없이 돌아온 애니메이션 영화 감상문을 기록으로 남기려고 한다.
머나먼 기억의 저장소라고 해야 할까?
기록해두지 않으면 머릿속에서 그 기억은 휘발되어 날아가버리곤 한다.
시간이 흘러서 내가 초속 5센티미터를 봤었다는 사실조차 희미 해질 때
분명히 이 작품 봤었으며 어떻게 평가를 했는지까지에 대한 기록이라고 해두자.
초속 5센티미터를 선택한 이유는 역시나... 그의 이름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라는 인물 때문이다.
유명해지면 당신이 똥을 싸도 박수를 쳐줄 것이다.라는 말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예시가 맞는지 모르겠지만)
이 초속 5센티미터라는 작품은 1시간 정도로 구성되어 있으며
재밌는 점이 0부, 1부, 2부, 3부로 나뉘어있다.
1부 이후로부터는 각각 몇 년 후가 지났다는 설정인데 이 설정부터가 나에게는 정말 참신하게 다가왔다.
1부 벚꽃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 내가 정한 0부다.
0부에서는 초등학생 저학년쯤으로 보이는
등굣길에 여자 주인공과 남자주인공이 뒤 따라서 뛰어가다가
기찻길에 기차가 지나가는 타이밍에 기차를 사이에 두고 건너편과 분단되며
여자 주인공(아카리)은 기찻길 건너편에 멈춰 서게 되고
남자 주인공(타카키)은 기차가 지나가게 되자 건너편으로 건너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멈춰 서게 된다.
엇갈린 채로 말이다.
여자 주인공(아카리)은 이런 대사를 친다.
"내년에도 벚꽃 같이 볼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말을 내뱉자마자
기차는 빠른 속도로 지나간다.
(시작부터 아 이거 복선이네. 하고 눈치를 채 버린다. 좀 더 고급적으로는 표현하면 인지했다고 할까나?)
1부 벚꽃 이야기에서는
가장 큰 특징이자 나에게 재미난 요소로 작용했던 부분은 투트랙으로 진행이 된다.
시점은 남자 주인공 타카키의 일상을 보여주되, 여자 주인공 아카리의 독백으로 진행된다.
이 독백에서 우리는 많은 사실을 알 수 있다.
시간의 흐름(계절의 변화), 첫 감정과 시간이 흘러감에 있어서 진행되는 감정의 변화,
지금의 현재 아카리의 상황 설명
독백은 이렇게 서사를 깔아주고 스토리라인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것이라는 당위성을 부여한다.
이 과정이 부자연스러운 부분 없이 매끄럽게 충분히 납득이 가게 만든다.
그림은 한 술 더 떠서 교실을 배경으로 하면 교실에 비치는 햇살 묘사와 그 비치는 햇살로 인해서
만들어지는 그림자, 교실 창문을 통해서 비치는 햇살이 반사돼서 천장을 비춘다거나
세탁기에 버튼까지 그대로 묘사했거나
빈 교실에 불을 켰을때 그 불이 교실 전체로 퍼지는 속도의 디테일한 차이
그림으로 현실감을 만들어버렸다. 미친 거 아닌가...?
독백은 독백대로 서사를 제대로 만들고 영상에 디테일함으로 그 스토리에 현실감을 더해준다.
디테일함이 어느 정도냐면 여주자인공 아카리가 타카키에게 공중전화 부스에서
같은 중학교에 갈 수 없게 된 상황을 설명하는데 서 있는 발 각도가 안으로 굽어 들어가 있는 상태로
여자 주인공 아카리에 감정 상태에 더욱더 공감하고 몰입할 수 있게 해 준다.
(함께 할 수 없다는 미안감, 아쉬움 등이 더욱더 잘 느껴진다.)
통화 이후에 타카키는 무지성으로 아카리가 있는 이와후네까지 찾아 나서기 위해 기차를 탄다.
(0화 복선과도 같은 교통수단을 이용한다.)
멀리 이사가게 된 아카리와 타카키는
반년 뒤에 아카리가 편지를 먼저 보내며 연락을 이어가던 중에 아카리와 타카키는 만나기로 약속을 하게 되고
타카키가 아카리가 있는 곳까지 찾아가게 되는 과정이 이어서 나온다.
타카키가 아카리를 찾아가는 과정과 스토리라인 배열을 바꿔놓은 연출도 기가 막힌 연출이라고 본다.
(통화 이후에 타카키가 기차를 타고 찾아가는 과정을 먼저 넣고,
멀리 이사가게 된 아카리와 타카키가 반년 뒤에 편지를 주고받았다는 내용을 넣어버린다.)
미쳤다고 할 수 없는 연출력이다.
타카키가 아카리에게 도달하는 이 과정에서 폭설로 기차는 연착되고 약속된 시간을 한참 넘어서는데
그 약속 장소에는 아카리가 기다리고 있었다.
타카키와 아카리는 첫 키스를 하는데 첫사랑의 몽글몽글한 감성이랄까?
도달하는 데에 있어서까지 순탄하지 않았던 묘사, 모든 스토리라인의 서사가
꼭 그것이 사랑이라는 감정의 카테고리에 정의하지 않더라도 사랑을 해보지 않았더라도
애틋하고 풋풋한 누군가 그리워하는 마음을 하나의 작품으로 표현해 냈다. (아니 1화만으로...)
이내 헤어지며 끝나는데 이 헤어짐도 오버하지 않고 덤덤하게 표현해서
현실성도 느껴지고 오히려 내겐 좋게 다가왔다.
계속해서 애니메이션, 애니메이션 영화, 영화 등을 보며 분석, 해석, 감상문 등을 연재해 오는데
초속 5센티미터는 1화만으로 '명작이네' 이런 느낌을 받았다.
배경은 2부로 넘어간다. 코스모나우트
시간이 흘러 몇 년 후 타카키가 고등학생이 된 배경인데
시점은 타카키를 짝사랑하는 소녀 카나에의 이야기에 타카키 이야기가 얹혀서 진행된다.
여기서도 미친 디테일함이 나오는데
봉고차 타고 온 앞 유리에 비치는 하늘
봉고차 뒷, 옆 유리 사이드미러 배경이 비춰서 보인다거나 스쿠터 사이드미러를 거울삼아 카나에가
미모 점검? 을 하는데 그 거울로 비치는 카나에와 배경 모습
(정확하게 카나에의 모습이 비치는 건 묘사가 없다시피 하지만)
스쿠터 앞에 달린 라이트가 풀에 비춰 보이는 모습, 스쿠터가 있는 스쿠터 존이 어두워서
조명등을 켜뒀다면 조명등이 비추지 않는데서부터 조명등이 비추는 데까지 걸어 나오는데 타카키에게
조명등이 비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표현하는데 그 디테일한 사실감 표현은 진짜 미쳤다고 해야 할까?
욕 나올 정도의 칭찬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카나에의 감정묘사를 독백으로
"만약 내가 강아지처럼 꼬리가 있었다면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마구 흔들었을 것 같다."
이런 직관적인 표현들
(사실 난 최근 미야자키 하야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들을 보고 나서
의미 부여하는 해석을 찾아다니며 진절머리가 난 것일 지도 모를 일이다.
그놈의 숨은 의미...적당히 좀 합시다... 직관적이어도 되잖아?
그놈의 숨은 의미 찾기는 때로는 게임 바람의 나라에서 내가 필요한 물건을 사려할 때 상대방이 선제시요.
외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
카나에가 타카키와 만남을 시도하는 구간은 하교할 때에 스쿠터 존인데
하교할 때 편의점에 들른다.
그 편의점에서 타카키는 커피우유 큰 것을 고르고
카나에는 흰 우유 작은 것을 고른다.
(1부 주인공 아카리를 향한 타카키의 마음과 그 마음의 크기가 카나에보다 더 크기에 큰 커피우유로 묘사
왜냐면 더 오래되었으니까
카나에는 순수한 백지상태에 플레인 흰 우유)
마지막엔 카나에도 타카키에게 한 발짝 더 다가가기 위해 같은 커피우유를 고른다. 그러나 사이즈는 여전히 작다.)
카나에와 타카키 둘이서 스쿠터를 타고 집에 가는 길에
교통규제 우주개발사업단 우주선을 실은 트럭 그 앞에 나란히 멈춰서
카나에는 타카키에게 미나미타 발사장까지 시속 5km라고 말하는데 순간적으로
1화에 있었던 장면이 머리에 떠오르면서 타카키의 심정이 대입되었다.
후에 바로 비가 내리며 둘이 스쿠터를 타고서 집에 가는 묘사를 하는데
이 둘은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암시하는 것 같았다.
독백으로 표현하는 감정선이 끝내주는 작품이다.
카나에의 독백, 타카키의 독백
다 저마다의 상황과 이유가 명확하게 있다.
감정의 변화, 표현 심리묘사, 계절의 변화 표현 등 모든 것을 아우른다.
그늘이 지며 서서히 해가 드며 푸르른 하늘을 묘사하며
카나에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에 대해 보여 준다.
2부에서는
이런 독백과 영상미의 디테일함으로
메인으로는 타카키를 짝사랑하는 카나에의 감정선에 몰입할 수 있게 해 준다.
그 와중에 타카키의 감정선까지 동시에 이해하게 된다.
3부 초속 5센티미터
시간이 흘러 성인이 된 타카키(직장인)
0부에 장면 그대로를 성인판으로 재연하는데 엄밀히 따지자면 그대로는 아니다.
어린 시절 서로를 바라봤다면 둘 다 뒤를 돌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도 클리셰 척으로 눈치를 챌 수 있으며 연출 참 잘했다.라는 생각이 든다.
타카키는 시간이 흘러 성인이 되어서 직장생활을 하지만 마음 한편에 아직도 아카리를 그리워한다.
"지금도 당신을 좋아해요."라고 문자를 보내온 여자친구.
미즈노라는 여성과 3년간 연애를 해오며 1천 건 넘게 문자를 주고받았지만
타카키는 미즈노에게 마음은 "1센티미터 밖에 가까워지지 못했다고 한다." 메시지를 전달한다.
타카키 시점에서 독백과 영상으로 그리움과 공허함을 표현해 내는데
(타카키를 위한 타카키만을 향한 표현 아주 훌륭하다. 그러나 씨발 그러면 3년간 사귄 미즈노는?)
회사를 그만두고 아카리를 찾아 나서는데
초속 5센티미터라는 제목 화면에 뜨고 ost 흘러나오는데 상황하고 분위기가 딱 들어맞는다.
One More Time, One More Chance
멜로디와 가사 내용과 그간 있었던 스토리에 전달되었던 감정선 싱크율이 미쳤다.
마지막 장면은
0화 때 장면 타카키는 멈춰 서서 건너편을 바라보고
아카리는 뒤돌아보는듯한 연출을 하지만 그 끝내 아카리는 지나갔고
타카키는 미소를 띠며 돌아간다.
현실적으로 끝내는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이지만
공허하고 그리워하고 애틋했고 사랑했던 그간 복잡 미묘한 감정들이
해소되며 그 해소된 감정으로 인한 끝맺음과 동시에
한때 연인이었던 아카리의 행복을 바라는 듯한 표현의 장치를
미소로써 표현해냄.
그 끝까지 현실적이며 감정의 묘사를 오버하지 않고 덤덤하게 표현해 낸 것 마저 좋았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Ost를 선택하는 안목 하며
디테일하면서도 날카로운 배경 묘사 그 안에는 분위기, 감성, 감정 모든 것이 담겨 있었으며
독백으로 전해지는 감정의 서사를 명백하게 뒷받침했다. 앞받침한 건지 뒷받침한 건지 모를 정도다.
주제의식 찾아내기, 숨은 의미 찾기만으로 도배되어있지도 않고
직관적인 묘사를 뒷받침하는 그림과 독백의 주장은 너무나도 타당했다.
독백이라는 장치를 통해 그 인물의 심리를 투영해 내 공감과 몰입을 이끌어낸 심리묘사 또한
일품이다.
(이 작품은 꼭 포커씽을 첫사랑의 몽글몽글한 감정에만 국한 지을 필요는 없다.)
초속 5센티미터
'벚꽂이 떨어지는 속도'
명작이라고 인정하지 않으래야 않을 수가 없는 작품이다.
명작이라고 인정하겠다. 1시간도 채 안 되는 시간에 이걸 다 녹여내다니 스고이
애니메이션 영화, 애니메이션 작품을 감상하는 스펙트럼이 넓지 않은 사람은
이런 장르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질 수도 있고 흥미를 느끼지 않을 수도 있다.
더군다나 도파민 중독 편에서 다뤘던 현대인들의 뇌는 팝콘 브레인 상태가 많을 텐데
이 작품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 자유맨이 명작마크를 줬다는 것은 대단한 의미를 지닌다.
안 봤다면 믿고 감상해 봐라. 명작이다. 여운이 남는다랄까?
다음 행선지는 어디를 향해야 할까? 고민을 좀 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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